삼성전자의 승부수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법인(SSI)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영업 조직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들어 TSMC 출신 영업·전략 전문가를 미국 파운드리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최근 기본 연봉 최대 32만달러(약 4억5000만원)를 내걸고 부장(디렉터)·팀장(매니저)급 경력직 채용을 진행 중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의 연봉이 한국의 1.5~2배 수준이란 점을 감안해도 영업 담당 부장급에 30만달러 이상의 기본 연봉을 제시한 건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대형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SSI는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파운드리 경력직을 뽑고 있다. 모집 중인 파운드리 직무 3개 중 2개(파운드리 영업 및 사업개발 디렉터·매니저)가 영업 관련이다. 나머지 한 개 직무는 엔지니어링 전문성을 갖고 고객사 제품의 품질 관리를 책임질 수 있는 시니어 매니저(차장급)다.
삼성전자는 디렉터에 최대 31만9800달러, 시니어 매니저엔 최대 28만9050달러의 기본 연봉을 제시했다. 신규 고객 유치 등 성과에 연동해 받게 될 보너스를 감안하면 연봉은 40만달러(약 5억5000만원)까지 올라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SI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높은 소득세율(최대 50.3%)을 감안해도 실수령액은 한국 본사의 같은 직급 대비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파운드리 영업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TSMC 출신 마가렛 한을 파운드리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파운드리 기업에 제품 생산을 맡기는 엔비디아, 퀄컴 등 대형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를 최첨단 공정 고객사로 유치하는 게 시급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가동 시점을 2026년 말~2027년 상반기로 잡고 고객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브로드컴, 마벨 등 미국 대형 팹리스가 주도하는 인공지능(AI) 관련 주문형반도체(ASIC) 시장이 커지는 것도 영업력 강화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ASIC은 주로 파운드리업체를 통해 생산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ASIC 시장은 2024년 231억달러에서 2034년 478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최첨단 공정인 2나노미터(nm) 수율이 개선되고 있는 점은 대형 고객사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거의 매달 미국 출장을 갈 정도로 대형 고객사 확보를 위한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열심히 사는데
나도 열심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