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팀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최종 수주에 성공했다.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았던 체코 법원의 결정이 무효화된 직후 미리 준비돼 있던 계약서에 양측이 서명하면서 성사된 것이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6년 만의 두 번째 원전 수주이자 유럽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에 "두코바니 원전 증설 계약이 방금 체결됐다"며 "체코 현대사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이번 사업의 목표는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체코의 에너지 안보와 자립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한수원과 두코바니 원전 발주사인 EDU Ⅱ 간 계약이 성사됐음을 밝혔다.

최종 계약이 가능했던 것은 이날 있었던 체코 최고행정법원의 판결이 큰 영향을 끼쳤다. 당초 한수원과 EDU Ⅱ는 5월 7일 계약식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경쟁사였던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체코반독점사무소(UOHS)의 입찰 과정에 또 한 번 문제를 제기했고 현지 법원이 계약을 잠정 중단하라는 가처분 명령을 내리면서 차일피일 밀리는 듯했다. 그런데 이날 체코 최고행정법원이 가처분을 취소하기로 하면서 모든 장애물이 사라졌다.

법원의 결정 이후 몇 시간 만에 계약이 맺어졌는데 이는 사전 준비 덕이었다. 당초 계약일이었던 지난달 7일 피알라 총리는 계약의 앞날이 알 수 없게 되자 "법원이 허용하는 즉시 서명을 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체코 현지에 계약 담당자들이 없었던 한수원은 전자서명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또한 현지에서는 최고행정법원의 판결이 발빠르게 나온 덕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체코 총선이 예정된 10월까지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는데 법원이 이번 사건을 우선 심리 대상으로 간주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로써 한국은 두 번째 원전 수출 쾌거를 달성해냈다. 특히 EDF의 몽니에서도 볼 수 있듯 프랑스의 텃세가 강한 유럽 시장에서 따낸 성과라는 점이 더욱 값지다. 또 사업 규모도 4,000억 코루나(약 26조2,0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