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잡이 배에서 벌어진 사건

"수십 년간 선원생활을 하면서 일을 못한다고 선장이 선원 한명을 2개월 동안 개 패듯이 폭행하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20톤급 근해자망어업선에 탑승해 '사라진 선원'에 대해 묻는 경찰의 질문에 함께 배에 탔던 선원의 답변이다.
이 선박은 출항할 때와 달리 탑승 인원 1명이 줄어든 채 귀항했다. 돌아오지 못한 건 50세 선원. 이 선원은 지난해 3월 1일 선장 A 씨(46)의 새우잡이 배에 탔다.
배는 지난해 3월 초부터 4월 29일까지 전남 신안군 해상에 머물며 조업을 했다. 이 기간 배에 달린 폐쇄회로(CC)TV에 담긴 모습들은 상상을 초월했다.
A 씨는 피해자의 머리, 뺨, 복부, 허벅지 등 신체를 무차별적으로 구타했다. 어획물을 선별하는 도구인 쇠스랑과 채찍 등 별의별 둔기가 학대에 사용됐다.
피해자의 얼굴은 붓고 머리에서 피가 나며 전신에 멍이 들었다. 이유는 단순히 피해자가 일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A 씨는 무차별적으로 반복되는 폭행에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피해자에게 동키호스를 겨누고 해수를 쐈다. 동키호스는 어획물과 선박을 청소하는 용도의 선박 설비다.
피해자의 잠자리는 항상 선미 갑판, 천장도 없는 어구 적재소였다.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해 갈수록 살은 빠졌다.
전문가는 CCTV에 담긴 피해자의 모습에 대해 '마치 기아 상태에 있는 마른 상태로 확인된다'고 평가했다. 휴대전화는 일괄수거돼 다른 곳에 도움을 구할 수도 없었다.
피해자에 대한 폭행과 바닷물 고문이 반복되던 4월 30일. A 씨는 피해자에게 상의만 입힌 채 통로에 세워 15㎏짜리 소금 포대를 들게 했다. 피해자는 당연히 소금포대를 들지 못했고 그 대가로 해수를 맞았다.
바람이 강하게 불던 이날 피해자는 나체 상태로 급격한 저체온증에 빠져 숨을 거뒀다. A 씨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를 바다에 버렸다.
경찰 수사로 살인, 시체유기 혐의가 입증된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은 출항 전 자신의 자녀가 제 자식이 아님을 알게 돼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고 범행에까지 나아갔다. 이 점을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반복적·지속적 폭행으로 인해 피해자는 건강상태가 극도로 나빠졌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상태를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차별 폭력을 가했고 결국 피해자는 극심한 폭력을 견디다 못하고 사망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무감각하게 폭력을 지속했다. 현재까지 피해자가 발견되지 않은 점, 시체유기의 범행에 대해서는 자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다"며 징역 2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제2형사부도 "원심의 형은 정당하다"며 A 씨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선박에서 A 씨의 범행을 보고도 모른 척한 선원들도 모두 징역형 등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