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비치되어 있는 7-8가지 콘돔만 봐도 어느 것을 살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가 어떻게 다르고 어떤 기능이 있는지 겉면만 보고는 알 도리가 없죠. 게다가 콘돔 진열대 앞에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읽어보자니 남들 눈치가 보여 도무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주변 사람한테 콘돔을 추천해달라고 하기도 뭣하고, 인터넷 검색하면 대개 거기서 거기인 제품들만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제품을 사게 되죠.

모두가 입을 수 있게 평균에 맞춘 청바지가 내 몸에 핏감 좋게 딱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콘돔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에게 딱 맞는 제품이 있다는 거죠. 남들이 쓴다고 나에게 좋은 제품일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나의 섹스패턴 및 성향과 잘 맞는 콘돔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섹스는 더 아름답고 즐거워질 수 있습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콘돔의 종류만 해도 거진 200개에 달합니다. 그중에서 나에게 맞는 제품은 어떤 콘돔일까요?

두께(초박형 콘돔)

두께는 콘돔의 성감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스펙입니다. 콘돔으로 인한 성감 둔화는 콘돔을 미착용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에 콘돔회사들도 더욱 더 얇은 콘돔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얇을수록 만족감이 더 크니까요.

현 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콘돔 중에 제일 얇은 콘돔은 0.02mm대의 제품 2가지입니다('O'사의 제품, 'S'사의 제품). 가격대가 만만치 않지만, 평소에 콘돔을 끼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성감 둔화가 심한 사람이라면 분명 고려해볼 만한 제품군입니다. 그 외에도 콘돔 전문 브랜드('O'사, 'D'사 등)가 출시하는 0.04mm 대의 초박형 콘돔이 있습니다. 위의 제품과 달리 폴리우레탄이 아닌 라텍스 소재이며, 두께도 조금 더 굵지만 일반 콘돔보다는 30-50% 더 얇습니다. 평소에 사정을 너무 빨리 하는 것이 고민이라면 지양해야 하지만, 보통 남성들은 초박형 콘돔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두께를 고려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사항은 제품명에 포함된 허위적 수치입 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편의점에서 과감하게 '001'이라는 숫자를 달고 등장한 콘돔이 있습니다(상단사진). 일본어가 적힌 것을 보고 일본제품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중외신약'이라는 한국회사에서 출시한 제품이며 그 두께 또한 0.001mm가 아닌 0.07mm. 얇은 콘돔을 사용하고 싶으시다면, 과장된 수치에 속지 말고 콘돔의 실제 두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반드시 확인하세요.

사정지연

남 성의 성감을 자극하기 위한 초박형 콘돔과는 반대로, 남성의 성감을 둔화함으로써 조기사정을 방지하는 콘돔들도 있습니다. 미량의 국소마취제(벤조카인)을 콘돔 안쪽 끝에 도포함으로써 자극에 다소 예민한 남성들이 오랫동안 섹스에 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보완재이죠. 평소에 삽입 후 사정이 너무 빨리 이루어져 고민이었다면 사정지연형 콘돔을 통하여 섹스 시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벤 조카인은 한때 캐나다와 미국의 식품의약국에서 문제시된 적이 있지만, 성인들이 사용할 경우 콘돔에 들어있는 벤조카인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찝찝하시다면 두께로 사정지연효과를 내는 두꺼운 콘돔들도 있으니, 성관계 시 조기사정이 고민인 분들은 초박형 콘돔 보다는 사정지연형 콘돔을 구매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여성의 쾌감을 위한?

대 부분의 콘돔 전문 브랜드는 여성의 성감을 극대화한다는 마케팅과 함께 돌출형 콘돔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돌기가 달린 콘돔이 실제로 여성의 성감에 기여한다는 과학적 데이터는 없습니다. 오히려 건조한 여성들의 경우, 돌기가 질로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마찰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돌출형 콘돔을 구매해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돌기나 리브가 굉장히 작고 자잘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촉각이 가장 발달한 손으로 만지면 그 작은 돌출부를 느낄 수 있겠지만, 여성의 질은 손처럼 촉각이 예민하지 않습니다. 표면의 작은 디테일은 실제 여성의 성감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애초에 돌기형 콘돔이 여성에게 더 큰 자극을 줄 것이라는 발상도 여성의 인체에 대해 무지한 과거의 남성적 시각에 기반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돌출형 콘돔을 통상적으로 그 두께가 좀 더 두꺼운 편에 속합니다. 남성의 성감에도 그리 좋지는 않다는 뜻이죠. 따지고 보면 딱히 누군가에게 이점이 있는 제품 같지도 않습니다. 플라시보적 측면에서 돌출형 콘돔으로 더 큰 만족을 얻는 여성도 있습니다만, 돌기가 달린 콘돔으로 여성의 만족을 찾는다는 마케팅을 전적으로 믿진 마시길.

사이즈

모 든 사람의 페니스 사이즈가 같진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콘돔 사이즈는 다 거기서 거기. 특히 오프라인에서 유통되는 콘돔은 그 종류가 워낙 한정적인 탓에 페니스 사이즈가 특별한 사람에게는 성관계 중의 불편을 유발합니다. 너무 작거나, 너무 크거나, 너무 짧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길이가 긴 것은 콘돔 사용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많은 콘돔들의 폭은 52mm입니다. 페니스가 굵은 남성은 평균에 맞춘 이러한 콘돔이 발기한 페니스를 압박하여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으며, 페니스가 작은 남성은 콘돔이 다소 헐거울 수 있죠. 그러니 콘돔을 고를 때도 치수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콘돔의 외곽에는 길이와 폭에 대한 정보가 있으며, 인터넷에는 더 구체적인 정보를 기재한 웹사이트가 많으니 꼭 참고하세요.

남 들에게 좋은 제품이 나에게 꼭 좋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무조건 얇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광고를 많이 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비싸다고 좋은 것도 아닙니다. 인터넷에 흔히 오르내리는 콘돔 추천 순위(대개 잘못된 두께 정보를 기준으로 세워진)에 너무 현혹되지 말고, 나의 섹스 패턴과 성향, 치수 등을 고려하여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콘돔을 찾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