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3천만 돌파한 라오스 성매매 후기사이트…예약·여성 사진까지 공개

과거 외국인의 '기생관광' 성매매의 목적지였던 한국은 이제 주요 성구매자 송출국이 됐다. 2010년대 이후 한국은 미국무부·엑팟(ECPAT) 등 국제사회로부터 여러 차례 동남아시아에서 성매매·아동성착취의 주요 수요국으로 지목돼 왔다. 여성신문과 탁틴내일은 최근 10년 새 원정 성매매 관광지로 부상한 라오스에서 한국 남성의 성매매 실태를 추적했다. 성매매 후기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텔레그램을 모니터링하고, 현지에서 라오스 거주 교민·업계 종사자·전문가를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기자가 촬영한 성매매 업소 광고 문구. 한글로 '마사지', '아가씨' 등 한국 성매수자를 겨냥한 성매매 업소들이 라오스 곳곳에 운영중이다. ⓒ신다인 기자·손상민 사진기자
"비엔티안 밤문화 해보신 분들은 입을 모아 말씀 하시는 게 애들이 정말 순수하고 착합니다. 이제 막 시작한 친구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지 내가 편하게 날로 먹을 수 있는지를 정말 모릅니다."
라오스 성매매 후기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최근 라오스에는 한국식 성매매 업소가 잇따라 등장했다. 한국인 성구매자들이 몰려든 결과다. 하지만 이 같은 수요는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다. 라오스 원정 성매매를 조직적으로 부추기는 곳이 있다. 바로 성매매 후기 사이트, 유튜브 채널, 오픈채팅방과 텔레그램 등 디지털 플랫폼이다.
탁틴내일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네이버 카페, 성매매후기사이트,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유튜브, 카카오톡 오픈채팅, 텔레그램 등 총 47개의 플랫폼을 통해 라오스 성매매 현황에 대해 모니터링했다. 탁틴내일은 후기 사이트, 유튜브 채널, 오픈채팅방과 텔레그램 등이 상호 연계돼 성매매 정보를 공유하고 이용자를 유입시키는 주요 경로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과정에 '성매매 업소 입수-예약-방문'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후기 사이트, 유튜브 채널, 오픈채팅방과 텔레그램 등이 상호 연계돼 성매매 정보를 공유하고 이용자를 유입시키는 주요 경로로 작동하고 있다ⓒ심숙연 디자이너 ⓒ'무O OOO' 유튜브 캡쳐
성매매 후기 사이트, 수요 만들어낸다
라오스의 성매매 산업은 후기 사이트에서 출발한다. 2023년을 기점으로 라오스만 단독으로 다루는 성매매 후기 사이트가 등장했다. 현재 '라OO OO', '라OO', '라OO OOO OO OOO' 등 최소 3곳이 확인됐다. 해당 사이트들의 회원수는 많지 않지만 19일 오전 기준 사이트 전체 조회수는 각각 205만, 15만, 3106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사이트들은 회원들의 출석·댓글·게시글 활동이 활발할수록 더 많은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했다. 이로 인해 성매매 경험담, 가격 정보, 업소에 대한 평가 등이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대부분의 내용은 '어느 업소에서 얼마를 주고 어떤 서비스를 받았고,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에 대한 후기다. 이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 없이 인터넷에 그대로 노출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후기 사이트에 적히는 경험담, 사진, 댓글 등이 다른 이의 방문을 유도하는 광고 효과를 낸다고 지적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성매매 후기 사이트를 통해 성매매의 수요는 만들어진다"며 "별 생각도 없던 사람도 후기를 읽고 호기심이 들게 되어 있다. 그런 사이트의 후기, 소개, 권유가 알선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 네트워크는 성매매 산업을 유지시킨다"고 했다.
박찬걸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 한국을 성매매 송출국으로 봤던 이유 중 하나는 후기 사이트 때문"이라며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다 보니 다른 국가보다 성매매 후기사이트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 사이트도 많고, 그 안의 후기나, 업소 소개 같은 내용이 굉장히 세세하게 공유된다"고 했다. 미국무부가 매년 발행하는 '인신매매 보고서(Trafficking in Persons Report)'는 2010~2012년 한국을 동남아시아 지역의 아동 성매매 관광의 주 고객으로 규정했다.
후기 사이트와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더 폐쇄적인 네이버 카페는, 회원 수가 많을 뿐 아니라 성매매 알선이 직접적으로 이뤄졌다. 대표적인 카페 '라OO OOO'는 회원 수만 7800명을 넘어섰다. 이런 카페에서는 단순한 경험담 공유를 넘어, 이들 카페는 남성만 가입하도록 제한을 두고 풀빌라와 업소 예약까지 알선했다. 운영진은 특정 업소 이용을 유도하며 제휴 할인이나 광고 수익으로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보였다.
진입장벽 낮은 유튜브, 성구매자 유입의 관문
유튜브는 진입장벽이 낮아 성구매자들을 끌어들이는 관문 역할을 했다. '준OO', '홍OOO', '무O OOO' 등 채널은 라오스 현지 업소 홍보와 여성 소개 영상을 제작하며, "어리고 순진하다", "라오스 여자들은 남자 나이 차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식으로 왜곡된 이미지를 반복 전파했다. 일부 채널은 업소 내부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기도 했다.
라오스에서 10년간 거주한 교민 최상목(가명)씨는 "예전에도 한국인들이 성매매를 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체계적이진 않았다. 코로나 이후 유튜버들이 들어오고 나서 문화 자체가 바뀌었다"고 짚었다. 그는 "과거에는 관광 중 성매매를 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성매매 자체를 목적으로 라오스를 찾는 한국인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유튜버들이 굉장히 교묘하다. 손녀나 딸뻘인 라오스 여성과 노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술집에 가서 어린 라오스 여성이랑 술 마시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직접 이 여성을 만나고 싶으면 자기 카톡방이나, 텔레그램방에 들어오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불법 촬영물·마약 정보까지 공유
그렇게 성구매자들은 후기 사이트나 유튜브를 통해 접한 정보로 텔레그램·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유입된다. 기자가 확인한 텔레그램 채팅방 두 곳에는 각각 1천여 명이 참여하고 있었다. 대화방 안에서는 업소 위치, 여성들의 사진, 성매매 후기, 불법 촬영물, 심지어 마약 거래 정보까지 공유됐다. '조각'이라 불리는 성매수 모집도 이루어졌다. 여성들의 사진과 영상은 모자이크 없이 공유되고 업소 홍보에 활용되면서, 단순 성매매를 넘어 디지털 성착취 문제 역시 심각했다.
유튜버와 네이버 카페, 메신저 등에서는 '나이 언급 금지' 원칙을 내세우고 있었다. 실제로 텔레그램방에서 한 사용자가 나이를 언급하자 운영진이 바로 경고하기도 했다. 석희진 탁틴내일 활동가는 "텔레그램이나 카페 등에서는 미성년자가 동원되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상세한 나이를 언급하지 못하게 한다. 이는 신고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사전에 방어해서 성착취를 지속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석 활동가는 "구매자들은 성매매 후기를 공유하면서 불법 촬영물을 올리기도 하고, 업소 운영자 역시 홍보 목적으로 여성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모자이크 없이 올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성매매의 문제 뿐 아니라 디지털 성착취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수요의 출발점, 후기 사이트부터 차단해야
현행 성매매처벌법에 따르면 성매매알선 등의 행위를 한 사람, 성을 파는 행위를 할 사람을 모집한 사람 등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성을 파는 행위를 할 사람을 모집하고 그 대가를 받은 사람의 경우 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성매매가 인정되려면 작성자의 진술 등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해,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박 교수는 "처음부터 불특정 다수에서 성매매 알선을 하지 않는다. 그쪽 세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성매매 업소들도 노하우를 갖고 은어를 표준화 시켜 유도 기법을 쓴다. 그렇게 암암리에 퍼지게 한다"며 "그래서 물증이나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성매매 정보를 아무런 제약 없이 공유하는 문화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성매매 후기 사이트와 관련 커뮤니티를 적극 단속해야 한다"며 "이들 공간에서 공유되는 해외 성매매 정보와 사진은 성매매를 더욱 부추기는 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탁틴내일은 "디지털 성매매 알선, 광고 차단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유튜브 등에서 유통되는 성착취, 불법 콘텐츠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해 7월 온라인에서 성매매를 유도·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일명 '성매매 후기 금지법'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